2014년 08월 14일

ICT 단기성과 급급 말아야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2013년 3월 27일자 본지에 게재된 CEO 칼럼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새 정부의 장ㆍ차관 진영이 구축되면서 이제 조직개편의 큰 그림이 완성됐다. 장관급 내정자들의 자격 논란에 많은 시간을 끌어옴에 따라 행정공백 역시 컸다. 한 분기를 마무리할 시점에서야 국가정책의 핵심부처 구성이 완성됐고, 이제 그 실행기관들은 실무진 인사이동을 진행하고, 정책규모와 일정을 수립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특히 많은 논쟁 중에 급작스레 장관내정자가 바뀌고, 조직개편의 소용돌이 끝에 규모와 내용조차 가장 늦게 결정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가장 바쁠 날들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ICT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기관은 1948년 체신부를 시작으로 1994년에는 정보통신부가 창설돼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는 곧 2008년 2월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4개 부서로 산산조각 났다가 이번에 미래부로 다시 그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렇게 ICT 컨트롤 타워가 재구축된 이유는 값비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ICT산업의 중요성을 재차 인식하게 됐고, 세계 ICT산업분야에서 우리의 위치가 녹녹치 않다는 위기의식이 흐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새로이 만들어진 미래부를 통해 더욱 커다한 꿈을 펼치려할 것이고, 신속하게 정책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난 정권의 ICT담당자들은 짧은 임기 내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루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왔다. 게다가 지난 정권에서는 이전에 이룬 것을 이용하기보다는 새로운 성과를 내는 것에 급급한 모습까지 보였다.

ICT정책은 대통령 임기인 5년 내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것은 매우 힘들다. 성과에 사로잡혀 서둘러 실행됨에 따라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은 둘째치고, 동의도 얻지 못한 채 설익은 열매를 따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미래부가 ICT정책에서 성공하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반구축에만 집중하고, 결실은 차기정부에서 맺을 수 있도록 ICT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하면 어떨까? 현 정부는 차기정부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5년이 아닌 10년을 목표로 계획을 세워 보자는 것이다. 이를 매개로 해 현 정부가 선호하는 제한된 전문가 풀을 넘어서서 개방된 영역에서 산학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여야 정파를 가리지 않고 기회를 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새 정부가 국내기업의 99%을 차지하고, 전체고용 인력의 88%를 차지하는 국내 중소기업, 특히 ICT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ICT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객인 정부와 그 산하기관, 기업이 우선순위를 가지고 구매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ICT 중소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열악한 브랜드 가치로 인해 선호도가 낮고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을 국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배려해야 한다. 일본이 초기에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때, 그 수준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나 관련 기업, 학계는 전략적으로 구매하고 지원했기에 지금의 경쟁력을 갖게됐다. 하지만 도입한 외산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한 것이고, 우리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견책 당하는 현실에서는 우리 ICT 중소기업이 설자리가 없다.

그리고 현재 이공계 기피현상이 대두되고 있는 것 역시 정부가 심각히 고민해 봐야한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 반 비율은 7대 3, 극도로 편중된 경우에는 8대 2가 되기까지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CT기업은 우수한 젊은 인력을 확보하기가 너무 어렵고, 중소 ICT를 비롯한 이공계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과거 국비유학생 제도, KAIST 설립, 그리고 이공계 병역특례 정책 등이 젊은 세대에 이공계에 대한 꿈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듯이, 이 시대에 걸 맞는 국가적 묘책이 준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매년 수 천 명 정도의 이공계 우수인력을 선발해, 5년 이상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또는 남자의 경우 병역특례까지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전부(또는 일부)를 지원해 젊은 기술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

ICT기술의 변화 속도는 너무나 빠르고, 우리의 대처는 항상 미흡함을 느낀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 ICT 컨트롤 타워의 역할은 도전할 수 있는 마당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

박성순 글루시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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