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편의성이 기술이다

작성일 : 2010년 1월

편의성이 기술이다

화려하게 시작된 2010 CES 쇼를 보면 작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경제상황의 회복세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새로운 부스들이 이전보다는 많은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CES에서도 매년 화제가 되는 내용 중 올해의 화두, 올해의 새로운 기술은 무엇일까를 찾기 위해 많은 참가자들의 눈망울은 반짝였다. 새로운 기술 흐름을 읽고자 애쓰는 모습과 더불어, 2010 CES는 새로운 비즈니스 준비를 위한 만남의 장을 만드느라 또한 여념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예년의 ‘그린 컴퓨팅’을 화두로 다양한 제품군과 기술들의 장이 되었던 것을 이야기 하며, 올해의 흐름을 읽으려 하고, 또는 주도하려고 애쓰는 분주함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중 관심도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디스플레이 부분이었다. 많은 관람객이 모이기도 하였고, 지속적으로 시장이 만들어져 가는 부분인지라, 아몰레드와 3D로 채워진 TV부스들을 비롯하여, 저가형으로부터 고급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군웅할거하는 e-book 모델들, 그리고 모바일과 연동되는 다양한 홈 이큅먼트들은 눈을 즐겁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떻게 집이나 사무실에서 개인의 디지털화된 컨텐츠를 쉽게 즐기고, 관리할 수 있게 하는가에 온갖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 했다.

이렇게 소비자 지향의 홈 디지털기기들을 보며, 우리네 기술개발 회사들이 매일 논쟁하던 내용들이 생각났다. ‘저 제품의 기술은 별거 아니야. 포장만 잘 했어. 우리도 빨리 만들 수 있어.’ 듣기에 따라서는 그 자신감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린 그 제품을 만들고 있지 못하고 있다. 만들긴 해도 2% 부족하다고 한다. (20%이상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 이긴 하지만) 완성도도 떨어지고, 사용하기 불편하고, 디자인도 별로인 경우가 태반이다. 잘못된 엔지니어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기술을 융합한 것이고 내가 가진 부분과 관계되는 부분은 더 나은 것은 없는 거 같고, 다른 부분의 기술은 별거 아닌 거 같고, 디자인은 돈 들이면 되는 부분인 것 같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잘못된 시각을 교정할 수 있는 해답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발 글로벌 기업인 삼성 TV를 보며 깨닫게 되었다. ‘왜 다른 기업들은 올해도 삼성보다 얇은 TV를 출시하지 못할까?’ 하는 단순한 의문에 실마리가 있었다. 단지 그날의 초박형 삼성 TV는 얇지만, 커다란 화면을 자랑하며, 얇은 액자 걸어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차지하는 공간도 없이 신선한 위용을 자랑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곳을 지나치는 모든 이의 시선을 멈추게 하였다. 이를 위해 어떤 복잡한 기술이 개발되고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기술특허가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볼 때 보기에 시원하고, 공간을 차지할 게 없을 거라는 실용성, 고급스럽다는 만족감, 그러면서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모두 들어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집적시키고 있었다.

여기엔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설득하려는 기술적 설명이 필요치 않다. 예년에 CES에서 연결시키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백업이 설정되는 USB 백업장치가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보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뭔가 다르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에 맞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다던가, 더 편리하다던가, 또는 더 실용적이라던가, 아니면 더 신선한 느낌을 준다던가 하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고심해가며 개발된 기술내용이 있겠지만, 그것을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해가며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단순한 소비자 사고에 초점을 맞추어 사용하고 느끼도록 하는 것에 먼저 초점을 맞추어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것이다. 그 상세한 기술내용은 사용자에게는 black box로 남겨둘 뿐이다.

사용자에게 친화적이고,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사용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그 기술이 핵심이 되고 있다. 이미 빌 게이츠가 DOS 방식에서 윈도우 방식으로 바꾸며 사용자 중심의 시각으로 바꾸었듯이, 인터넷 통신을 WWW로 바꾸었듯이, 타이핑하는 화면에서 손가락 바닥으로 터치하고 미는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듯이, 사용자 편의성이 기술이다. 그런 제품이 기술력 있는 제품이다. 그 제품이 CES를 주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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