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코드 맞추며 살아가기

작성일 : 2008년 11월

코드 맞추며 살아가기

우린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생각이 다르고 꿈이 다른 사람들과 살아간다. 가까이는 배우자와의 생활이 그렇고, 직장동료들과의 생활이 그렇다. 더 터놓고 이야기하면 피가 섞인 부모 형제와의 생활도 그렇다. 그때마다 느끼는 바는 우린 왜 이렇게 생각이 다를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 생각을 일치시키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 때, 직장에선 사표를 쓰게 되고, 부부간에는 이혼도장을 찍게 되고, 부모 자식 간에는 족보에서 뺀다고 난리 치게 된다. 그래서 우린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하여,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만 살아간다면 매우 편리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의견충돌이나 이로 인한 갈등으로 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시간의 낭비를 줄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만 보고 살았으면 하고 꿈꾼다. 그래서 직장이나 조직 내에선 같은 생각인 사람을 선택하여 중책을 맡기고, 가정에선 내 모습, 내 생각을 빼 닮은 자녀에게 더 애착이 가기도 한다. 세칭 코드에 맞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런데 바꾸어 생각해 보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과 같이 생활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간에도 생각이 다르고, 판박이라고 이야기 듣는 부모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한데, 다른 문화와 환경 하에서 20년을 넘게 생활하고 만난 부부간에 생각이 다르고,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한 목표를 향해 분담된 다른 일을 수행하는 직장동료들과의 생각이 다른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불편해서,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일을 이끄는데 동의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세상은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고 코드가 다른 사람들로 어우러져 살아가게 되어 있다. 또한 하나의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며, 여러 방면에서의 행복과 풍요라는 자기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다름’ 속에서 공동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남들로 인해 자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먼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저 사람 왜 저래?’라는 말을 한다. 이 짧은 핀잔 속엔 내 경험이나, 지식,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해할 수 도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맞고 그름을 떠나,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비록 이해하고, 동의하는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마음을 가질 때, 다른 생각들을 공통영역으로 맞추어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기적으로만 생각하더라도 그래야만 나중에 내 것을 챙길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코드를 맞추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이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서 한 부분에서의 다름이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보통 우린 한 부분에서의 불합리를 보고, 다른 부분도 추정하여 미리 결론짓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느 부분이 다른 생각이면 다른 부분도 그럴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세상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드라마에서 보듯, 아주 나쁜 사람과 선한 사람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고 이해되나, 다른 부분에서는 전혀 불합리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아무리 살인자라 해도 자신의 자식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그 이유를 볼 수 있다. 이렇듯 한 부분 에서만 다르고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면, ‘코드’가 다름을 보완의 의미로 보아야 한다. 간이 붓지 않고는 자신이 완전하다고 자신감에 충만한 사람은 없다. 누구든지 적어도 한, 두 가지 정도는 단점이 있고, 열등감이 있다. 그래서 그 열등감과 단점을 보완하려 짧은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투자하여 자신을 갈고 닦는다. 그러면서 우린 가까이서 그 단점을 보완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의지하고, 이용하여 나를 채우려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지금 내 옆에서 내 속을 부글거리게 하며 쓴 소리를 하는 직장 동료/상사나 배우자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맞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아니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고 들어보면 더욱 더 그렇다. 그들은 나와는 ‘다름’을 가진 사람을 뿐 아니라 내 ‘보완’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다른 생각들로 인해 차이가 드러날 때, 이를 조정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주자는 것이다. 그 우선순위의 기준은 권한과 시급성, 그리고 배려 등에 의해 매겨질 수 있다. 가정에서 가장의 결정이나 회사에서 책임자의 결론이 권한에 의한 우선순위라면, 기한이 정해진 경우, 현재에 더 중요성이 있는 경우, 미래에 더 중요성이 있는 경우 등은 시급성에서의 우선순위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이 두 가지를 보완할 수 또 다른 우선순위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다. 직장에서 최종 책임자의 입장과 해당 실무자의 입장은 다른 경우가 많다. 물론 하나의 결론이 잘 도출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앞선 두 가지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누군가는 동의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 배려의 마음이 반영되어 ‘레고블럭’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린 이렇게 저렇게 코드가 다른 사람끼리 살아간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의 조직이나 가정은 한결 풍성하고,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데 더욱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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