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중소 IT로 10년 살아남기

작성일 : 2010년 3월

중소 IT로 10년 살아남기

몇 년 전에 KDI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년간 생존한 한국 중소기업은 13% 남짓하다고 했다. 또한 최근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에 상장된 지 10년 동안 경영권이 바뀌지 않고 생존한 기업을 조사해보니 1/3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비 IT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를 볼 때, 기술변화가 더욱 심하고, 경쟁이 보다 치열한 IT중소기업의 경우, 10년 이상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볼 수 있다. 그나마 우선 상장 함으로서 한 단계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회사들도, 그 이후 10년간 지속적으로 동일 사업을 추진하며 중견 IT기업으로 성장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 한국에서 중소 IT업체로 10년을 살아남기는 아마 ‘지옥에서 천국을 바라보며 10년을 보내기’보다 어려우면 어렵지,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왜 IT중소기업으로서 10년을 견디며 살아남기가 어려울까? 또한 상장하여 다음 도약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되었고, 회사 브랜드의 상승으로 인해 고급인력 수혈이 가능케 되었는데도 왜, 10년을 더 가지 못할까? 10번의 사계절을 거치며 외적으로는 몇 년 주기로 다가오는 금융위기, 자원위기 및 국지전쟁으로 인해 시장이 흔들리고, 내적으로는 백업 없는 인력의 급격한 변동이나 경영자의 유고 등을 감내하여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실례와 상황에 대해 많은 책들이 나왔고, 우리 또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세밀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 사정은 더욱 녹록치 않다.

먼저 우리 중기 IT제품엔 고정된 시장이 없다. 다시 말하면 몇 년이라도 보장되는 시장이 없다. 그 시장규모 또한 가늠 잡히는 것 같아, 좀 보일라 치면, 그 다음 해엔 꼭꼭 숨어 예측하기가 난감하다. 변화무쌍한 기술들이 시장을 휘젓고 가는지라, 이를 따라가면 만년 2~3위 업체 제품이 된다. 조금 이르게 만들어 놓으면, ‘아직 이 제품은 아니다’ 라고 한다. 그래서 팔 수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과 경쟁하는 시장은 내 시장이 아니다. 내겐 레드오션일 뿐이다.

또한 우리 중기 IT제품엔 단골 손님이 없다. 이 제품에 관심을 가져, 뭔가 다음을 기대하면 다음 제품은 저 것을 산다. 약간의 차이에도 과감히 마음을 바꾸는 고객이 이 시장에서의 내 손님들이다. 그래서 항상 관심도의 변화를 눈 부릅뜨고 봐야 하고, 피드백의 행간의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항상 처음 손님처럼 대해야 한다. 그래서 내 손님이 내 손님이 아니다. 결혼은 둘째치고 약혼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선 볼 자리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부족하다. 내가 아무리 완성도 있는 제품이라 생각해도, 세밀하게 기획하고 마케팅 정책을 폈다고 해도 어디선가 미흡한 부분이 나온다. 그래서 제품에 하자가 있을지, 뭔가 빼먹은 고객 서비스 부분은 없는지 늘 고심해야 한다. 스케줄 조정이 안 되어, 납기를 못 맞추는 고민은 양반이다. 부족한 자금을 투여해도, 좋은 인력을 충원하여도, 현장을 살펴보면 항상 부족한 부분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고, 힘들며, 많은 경우, 불가능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 듦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소 IT기업은 가야 한다. 살아남은 10년을 교훈 삼아, 그 다음 10년을 기대하며 가야 한다. 이은상 시인의 시, ‘고지가 바로 저긴데’에서 했던 말을 다시 읊지 않더라도, 가야 한다. 가장 이기적으로는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보수적으로는 내 가족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직원들의 기술 및 성장을 향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며, 적극적으로는 우리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 다음 욕심으로는 세계시장에서 획을 긋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다시 우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첫 번째 기본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제품은 항상 남들과 다른 제품이어야 한다. 우리 고객은 다른 회사의 똑같은 두 제품에 눈 돌리지도 않을뿐더러, 누가 먼저 만든 제품의 유사 제품엔 더군다나 관심이 없다. 우린 항상 어떤 기능을, 모양을, 사용 환경을 다르게 할까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항상 우린 바뀌어야 한다. 먼저는 내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우리 팀의 기술이 바뀌어야 하고, 시장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하며, 우리 제품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고객은 옛 것에 싫증 내며, 나보다도 더 자주 변하고, 변하는 제품의 새 모습을 선호한다. 바뀌어 간다는 것은 고객에게 설렘을 주는 가장 기본적인 매력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겠지만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대응하고, 다양하게 요구되는 기능을 보완하고 맞추어가며, 인내를 가지고 그날을 기다려야 한다. 점진적으로 바뀌며, 쌓여 짓이겨질 때, 한 순간에 그 고객으로부터 인정받게 되고, 시장에서 통하는 그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제 10년을 일구어온 글루시스를 보며, 위대한 백년 기업의 꿈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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